왕대비마마를 위한 정원

6월 28일 강의 시간에 뭐가 그리 급한지 미처 설명하지 못한 부분 보충합니다. 매번 한 시간 반을 넘기기 때문에 마지막에 늘 좀 허둥댑니다.

페넬로페 홉하우스의 정원작품 중 “퀸마더를 위한 정원”이 거의 마지막 작품이었다고 말씀 드렸죠. 아마도 가장 마지막 작품은 스티브 잡스의 정원이었을 겁니다. 확실치는 않아요. 스티브 잡스 정원을 정학하게 언제 완성 했는지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996년에 시작한 것만 알고 있고요.

“퀸마더를 위한 정원”은 1997년 완성되었습니다. 그냥 퀸마더정원이라고 하기는 좀 어렵기 때문에 굳이 “퀸마더를 위한 정원”이라 불러 봅니다. 1997년 퀸마더 95세 탄생일을 기념하기 위해 영국문화유산 English Heritage 당국에서 정원을 하나 만들어 선물한 것인데 지명 공모에 홉하우스 여사가 참여하여 당선되었다는 것은 말씀 드렸고요.

퀸마더는 꽃은 많이 받아 보았는데 정원을 통채로 선물로 받는 것은 처음이라며 좋아했다고 합니다. 장소는 캔트 주, 도버해협 가에 위치한 월머 캐슬 Walmer Castle. 헨리 8세가 해안선을 방어하기 위해 구축한 요새인데 이렇게 불편한 데서 퀸마더가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Lord Warden, 즉 요새를 수호하는 대모의 신분으로 일년에 한 번, 7월에 다녀갔다고 합니다. 월머캐슬에는 퀸마더정원 외에도 롱워크가 있고 키친가든도 있습니다.

암튼 홉하우스 여사는 퀸마더가 다녀가는 7월에 식재디자인의 초점을 맞춰야 했습니다. 그러나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볼 때 오로지 일년에 며칠 반짝하는 정원을 만듣다는 것은 좀 아닌 것 같다고 생갹했습니다.  봄부터 가을까지의 정경을 두루 고려했으나 여름에 꽃을 피우는 식물을 좀 특별히 감안했고요. 퀸마더가 은은한 색, 주로 연핑크와  파란색(연보라 포함0 등을 좋아하고 노란색, 붉은 색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정보도 함께 전달되었는데 그 점을 십분 고려하기는 했지만 이 역시 디자이너의 입장에서 무작정 맞춰주기에는 뭔가 석연찮은 점이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2011년, 준공하고 14년 경과한 뒤의 정경입니다.

사진 하단의 식재도면은 사진에서 가장 앞쪽에 보이는 화단의 배식도입니다. 좌우 두 개로 나눴습니다. 하단에 각각 식물목록을 별도로 첨부합니다.

아직 강의 안 들으신 분들은 이 포스트를 출력해서 함께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두 화단을 자세히 보시면 계단을 사이에 두로 Abelia, Phlosmis가 좌우 대칭으로 배치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화단 가장자리에 Abelia가 다시 나타나는데 이번에는 대담하게 아티초크와 조화시킵니다. 아티초크의 꽃이 한 여름에 피는데 보라색이라 괜찮았겠죠. 한편 알리움은 강한 퍼플색이지만 5월, 6월에 피고나서 퀸마더가 방문할 때에는 백발이 되어 있을 겁니다. 좌우대칭을 매우 중요시 여기기 때문에 보시면 좌우 화단의 식물이 거의 일치합니다. 완전히는 아니고 거의. 그것이 묘미죠. 약갼의 바리에이션을 주는 것.

퀸마더처럼 홉하우스 여사도 백세를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정원사 평균 수명의 한계도 극복하실 분인 것 같습니다.

퀸마더를 위한 정원. 2011년. 조성 후 14년 경과. © M Packwood Ace

아래 도면을 보시면 오른 쪽에 “Tudor Mount”라고 표기된 긴 사각형이 있는데 연못을 파면서 나온 흙을 쌓아서 마운딩을 하고 주목으로 캐슬 형상의 토피어리를 만든 것입니다. 그 뒤에 일반 건물들이 있는데 그걸 가려달라는 요청이 있어 고안한 것이라 합니다.

퀸마더 정원 평면도 ©Penelope Hobhouse

왼쪽 화단1. ©Penelope Hobhouse

왼쪽 화단 식물 목록

오른쪽 화단. ©Penelope Hobhouse

오른 쪽 화단 식물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