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2>의 마지막 인물 헹크 헤리첸 편에서 약속한 것이 하나 있기에 그걸 지키려 합니다.

기억나시는지 모르겠네요.

독일어로 호크슈타우덴훌루어Hochstaudenflur라고 하는 것이 있는데 이걸 영어로 번역하기가 마땅치 않아 학계에서는 독일어를 그대로 받아 씁니다. “호크슈타우덴훌루어” 힘들죠? 그래서 우리는 그냥 “큰키숙근초군락” 이라 불러 봅니다.

땅이 비옥하고 양지바른 산기슭이나 산등성이 빈터에 경쟁력이 강한 덩치큰 숙근초들이 번져 넓게 군락을 이루는 수가 있는데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아주 오래 전 일이었죠. 언제부터인가 양지바르고 비옥한 산등성이에 숙근초 군락이 깃들기 어렵게 되었습니다. 아 땅 좋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밭을 일구거나 양떼를 풀어 먹이면서부터 그렇게 되었죠. 그러니 매우 오래 된 이야기입니다. 오리지널 군락은 거의 볼 수 없는 희귀품종이 되었으므로 한 20년 전부터 인위적으로 조성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사진은 카시안 슈미트 교수가 헤르만스호프에 심어놓은 큰키숙근초공동체입니다.

그럼에도 이따금 사람의 발길이 닿기 어려운 곳에서 자연생 군락이 발견되기도 한답니다. 완전 횡재하는거죠. 예를 들어 한국 설악산 9백미터 고지 같은 곳에.

헹크 헤리첸은 식물사회학 책을 탐독하다가 그 사실을 알게되었고 그래서 프리오나 정원에 큰키숙근초화단을 만듭니다. 그러면서 영국 식물연구원들이 동양에 식물조사를 떠났다가 한국 설악산 9백미터 고지에서 큰키숙근초군락 발견! 이라는 소식도 전해 줍니다.

제가 너무 반가워서 그 책을 바로 주문했다는 얘기를 강의 때 했고 책이 도착하면 스캔해서 드리겠다고 약속을 했었습니다. 성탄절 지나서 책이 도착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드디어 스캔했습니다. 58쪽에 해당 내용이 있습니다. 살펴보시죠.

보물찾기 미션

그런데, 그 영국 식물연구원들이 1989년 가을에 단풍이 근사하게 물들었을 때 다녀갔더군요. 삼십 년도 넘었습니다. 그때 점봉산에서 보았다는 군락이 지금도 남아 있을까? 이렇게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설악산에 가시게 되면 한 번 살펴 보실거죠? 아래 글을 읽어보시면 위치를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책정보

Mark Flanagan; Tony Kirkham, Plants from the Edge of the World. New Explorations in the Far East, Portland Cambridge Timber Press, 2005

그중 Ch. 3. Land of the Morning Calm (42~100)이 한국 탐사기. 궁금하신 분은 아래 PDF로 전 챕터를 보시거나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스캔 상태가 조악한 점 양해하세요.

이번 설연휴에 읽을 거리로 맞춤 아닐까요?

3.SPACE 식물적용학 소식 / 설악산 큰키숙근초군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