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근초를 심을 때 알게 모르게 추구하는 것은 3~5년이 지난 뒤 식재 면적이 완전히 숙근초로 뒤덮인 상태이다. 이때 사실상 피복형 숙근초가 멀칭의 역할을 한다.
식재한 바로 뒤에는 아직 면적이 채워지지 않아 흙이 보이기 때문에 대개는 이를 덮어준다. 빈자리가 보이면 초대받지 않은 손님들, 틈새식물, R-전략식물들이 냉큼 들어오기 때문이다. 구식 정원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바크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실상 초본류 식재면적에 바크는 완전 쥐약이다.
바크 – 초본류 식재면적의 불청객
바크는 나무껍질, 즉 유기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유기물질은 분해된다. 그리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토양을 산성화하고 질소를 빼앗아 간다. 그뿐 아니라 요즘은 카드뮴 등 중금속도 적지 않게 함유하고 있어 토양 오염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더 나아가서 우리가 추구하는 자연적 역동성을 현저히 방해한다.
구식의 화단에서는 틈새식물, R-전략식물들이 불청객이었으나 자연주의 정원에서는 오히려 이들이 나타나 변화를 가져다 주면서 서서히 역동적 안정성이 자리잡기를 기대한다. 자연 서식처의 야생화풀밭이나 식생군락이 가진 매력을 탐하기 때문이다.
바크로 덮으면 R-전략식물들이 나타날 기회가 크게 줄어든다. 그 반면 C-전략식물의 성장이 촉진된다. 결국 이들이 다른 식물을 밀어내 다양성을 크게 훼손한다.
실제로 바크 멀칭 면적의 종다양성은 미네랄 멀칭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특히 벌이나 나비가 즐겨 찾는, 향이 강한 식물은 대개 척박한 토양을 선호하기 때문에 바크 멀칭은 쥐약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미네랄 멀칭(왕마사, 고운자갈, 쇄석 등등)
숙근초믹스의 연구와 함께 토양과 관리에 대한 연구를 병행하면서 점차 미네랄 멀칭의 장점 내지는 당위성이 확고해 졌다.
특히 S-전략식물이 잘 자리잡을 수 있는 오픈랜드 서식처SH, FR1 등에서는 미네랄 성분이 최적의 멀칭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토양의 단면구조를 놓고 볼 때 S-전략식물이 자리잡는 서식처의 땅은 표면이 고운 흙이나 부식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돌작밭이나 모래층이므로 이를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즉, 쇄석, 자갈, 굵은모래 역시 토양층의 연장선으로 보는 것이며 표면층을 구성하는 것이다. 즉, 바크와 같은 이물질이 아니라 토양의 일부인 것이다. 그러므로 면을 정리할 때 쇄석까지 깔고 나서, 즉 토양층을 완성하고 나서 비로소 식물을 심는다.
특히 한국은 화강석, 화산석이 많아 미네랄 멀칭 소재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한편 점질토양, 산성토양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미네랄 멀칭을 통해 토양성질을 보완할 수 있다면 큰 장점이 아닐 수 없다.
숲속(G), 숲자락(GR) 의 자연멀칭
숲 속 서식처, 숲자락 서식처에는 낙엽이 쌓여 자연스러운 멀칭 효과를 낸다. 그러므로 낙엽을 제거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유리하다. 이때 수년 간 하부식생이 서서히 자리잡아 “살아있는 식물로 이루어진 자연스러운 멀칭”이 되는데 이를 바크로 덮어주면 2~3년 뒤, 아직 하부식생이 자리잡기 전에 바크가 썩으면서 양분을 쏟아내기 때문에 잡초가 무성해 지는 결과를 빚게 된다.
초봄에 여러 구근식물이 일찍 나타나 주어야 하는데 바크를 두껍게 덮어 버리면 당연히 방해 된다. 숲속 이른 봄에 나타나는 식물은 소위 말하는 “낙엽먹는 하마” 들이다. 그러므로 바크 대신 초봄식물로 하여금 살아있는, 아름다운 멀칭이 되게 하는 것이 어느모로 보나 유리하다.
바크 적용이 적절한 곳
- 수목하부, 그중에서도 야생초본류가 자리잡기 어려운 침엽수 가장자리를 덮어주는데 적합하다. 다만 우리가 추구하는 숲자락 서식처에는 적절하지 않다.
- 홀로 서 있는 몹시 큰 숙근초 하부를 깔끔하게 보이게 하고 싶을 때도 바크를 덮어줄 수 있다. 다만 숙근초 포기를 나눠주거나 다른 곳으로 옮겨줄 때 불편한 감이 없지 않아 있다. 굵은 모래나 고운 자갈을 깔아주는 것이 오히려 더 깔끔할 수 있다.
- 식재면적 보다는 정원길을 바크로 덮어주는 것이 오히려 적절하다.
바크 적용이 적절하지 않은 곳
- 숙근초 식재 면적
- 피복형 키작은 관목 (섬개야광나무 등) 주변 – 이들이 자연스럽게 번지는 것을 방해한다.
- 목본, 초본을 막론하고 알칼리 성분을 선호하는 식물
참고자료
- Axel Heinrich; Uwe J. Messer, Staudenmischpflanzungen, Praxis – Beispiele – Tendenzen, Ulmer 2018
- Bundesanstalt für Landwirtschaft und Ernährung, Staudenmischpflanzungen, BZL 2017
© 식물적용학 강좌 소식
강좌 시간에 여러 번 질문이 나왔었는데 이제야 좀 더 정리해 봅니다. 참고가 되었으면 합니다.
정성스러운 글 감사합니다
디자인 즉 모양새에 많은 비중을 두고 멀칭제를 선택하기도 했는데 막연했던 내용을 명쾌하게 알게되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늘 고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미네랄 멀칭(왕마사,고운자갈,쇄석등)을 사용할시에 보식 또는 초본의 포기나누기시에 바크보다 더 작업이 번거러워진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왜냐면 토양의 표층은 고운 흙이여야하는데, 보식 또는 포기나누기 작업시 왕마사나 고운자갈,쇄석이 고운 흙과 섞이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였죠. 하지만 돌작밭이나 모래층이 표층인 서식처에 자라나는 식물들은 미네랄멀칭이 더 적합하다는 것과 숙근초식재시 바크를 멀칭으로 사용했을시의 단점도 더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멀칭으로 쇄석이나 자갈을 사용하게 되면 한여름에는 뜨거워져 식물하부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지 궁금합니다.
좋은 지적입니다. 식재면적이 식물로 완전히 채워지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때까지는 조금 세심한 관리가 필요합니다. 하이너 루츠 편에서도 설명드린 것처럼 처음 2~3년은 활착관리 및 꾸준한 관찰이 따라야 합니다. 폭염 시엔 관수를 해서 조금 도와주고요. 물도 마시고 시원해지고 일석이조 효과지요. 쇄석으로 멀칭을 하고 나서는 적정한 도구를 이용하여 수직으로 구멍을 뚫고 심은 다음 다시 덮어 주면 큰 어려움은 없습니다. 토양 표층이 고운 흙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포기나누기 등 소위 말하는 ‘클래식한’ 방법을 계속 혁신해 나가는 것이지요. 최종 목표는 무관리 무관수 녹지고요. 개인정원은 별개의 주제입니다.
멀칭재로 바크, 솔잎 같은 유기물을 선호하였는데, 다시한번 생각해보게되는 좋은 강의와 글이었습니다. 특히 강의내용 중 보이는 겉면에만 미네랄멀칭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식재토양 단면을 구성하고 그 일원으로서 미네랄멀칭이 사용된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한국기후에서 적합한 식재토양 단면이 연구되면 좋을 듯합니다.
이 단면은 도시공간에 조성하는 어떤 녹지에 적용해도 상관없습니다. 특히 우리처럼 집중호우현상이 나타나고 토양이 점질인 곳에선 입자 크기를 서로 다르게 하여 층을 구성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조경기준에 토양단면 항목이 들어가야 할 텐데요.
식재지에 바크를 선호하는데, 다시한번 유기물멀칭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좋은 강의와 글이었습니다. 무엇보다 강의내용 중 식재지 겉면에는 미네랄멀칭을 한다가 아니라, 식재토양 단면을 구성하고 젤 상단에 미네랄멀칭이 들어간다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고, 한국에서도 연구가 필요한 사항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국의 기후에 맞는 식재토양 단면이 연구되고 보급되면 좋겠습니다~~~
멀칭도 식물과 식재토양, 주변 환경에 따라해야함을 다시 공부하게됩니다
인공적으로 정원을 만들긴하지만 식물들이 계속 살아갈수잇고 무관리 무관수, 그들의 역동성도 배려하는 정원만들기
계속 염두에 두고 공부하고 실천하도록 노력하겟습니다
감사합니다^^